세금은 국가를 운영하고 사회의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국민이 납부해야 할 의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금의 종류와 세율, 과세 방식은 국가마다 천차만별이어서, 다른 나라의 세금 제도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과 영국은 모두 선진국 대열에 속하며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세금 제도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해외 취업, 이민, 투자 등 국제적인 활동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세율만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세금 부과 원칙, 주요 세목별 특징, 그리고 납세자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한국과 영국의 복잡한 세금 제도를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소비세), 상속세 및 증여세, 재산세 등 주요 세목별로 비교하고, 각 세금이 납세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 있게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1. 소득세: 누진세율의 차이와 과세 방식
한국의 소득세는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소득 구간별로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2024년 귀속 기준으로 한국의 종합소득세율은 최저 6%(과세표준 1,400만원 이하)부터 최고 45%(과세표준 10억원 초과)까지 적용됩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추가로 부과되므로 실질적인 최고 세율은 49.5%에 달합니다. 한국은 종합과세를 원칙으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을 합산하여 과세하는 반면, 퇴직소득이나 양도소득은 분류과세합니다. 영국의 소득세(Income Tax) 역시 누진세율을 적용하지만, 세율 구간과 개인 공제(Personal Allowance) 방식에서 한국과 차이를 보입니다. 영국의 소득세는 기본 세율(Basic Rate), 고세율(Higher Rate), 추가세율(Additional Rate)로 나뉘며, 과세표준에 따라 각각 20%, 40%, 4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국은 상당한 금액의 개인 공제 한도(2024/2025 회계연도 기준 12,570파운드)를 두어, 일정 소득 이하의 개인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영국은 급여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PAYE(Pay As You Earn)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납세가 비교적 편리합니다.
2. 법인세: 기업의 조세 부담과 투자 유치
법인세는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소득 구간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2023년 기준으로 과세표준 2억원 이하에 대해 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에 대해 19%,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에 대해 22%, 3,000억원 초과에 대해 24%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합니다. 영국의 법인세(Corporation Tax)는 2023년 4월부터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이 기존 19%에서 25%로 인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윤이 5만 파운드 이하인 소규모 기업에는 19%의 낮은 세율이 계속 적용되며, 5만 파운드에서 25만 파운드 사이의 이윤을 내는 기업은 점진적으로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반영합니다. 영국은 법인세율 변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고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3. 부가가치세(소비세): 소비 활동에 대한 과세 방식
부가가치세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10%의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 이는 우리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격에 포함되어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재와 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비교적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국의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 VAT)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영국의 표준 VAT 세율은 20%로, 이는 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20%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 품목에는 낮은 세율(5%, 예를 들어 주택 난방비)이 적용되거나 아예 면제(0%, 예를 들어 대부분의 식료품, 어린이 의류, 신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VAT 제도는 저소득층의 필수품 구매 부담을 경감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VAT 세율은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상속세 및 증여세: 부의 이전 과세
상속세와 증여세는 재산이 상속되거나 증여될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 부의 세대 간 이전을 규제하고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 세율은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에 달하며,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평가(20~30% 할증)까지 적용하면 실질적인 최고 세율은 60%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공제 항목이 있긴 하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상속하거나 증여받을 경우 상당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25년부터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공제 금액 상향 조정 등의 개편이 예정되어 부담이 다소 완화될 전망입니다. 영국의 상속세(Inheritance Tax, IHT)는 한국과 다른 특징을 가집니다. 2024년 기준 영국의 상속세 면세 한도(Nil-rate band)는 325,000파운드이며, 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40%의 단일 세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거주주택 면세 한도(Residence Nil-rate band, RNRB)'가 추가로 적용되어, 주택을 직계 후손에게 상속할 경우 면세 한도가 최대 50만 파운드(개인당)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에는 '7년 규칙(7-year rule)'이 있어, 증여 후 7년이 지나면 상속세가 면제되거나 세율이 점차 감소하는 제도를 운영하여, 생전 증여를 통한 상속세 절세 계획이 가능합니다. 이는 한국에 비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연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 재산세: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
재산세는 부동산이나 특정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한국의 재산세는 주택, 토지, 건축물 등에 대해 매년 부과되며, 보유한 재산의 공시가격에 세율을 곱하여 산정됩니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경우 추가로 부과되는 국세입니다. 종부세는 고액 자산가에게 세금 부담을 가중시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영국의 재산세는 한국과 그 개념과 부과 방식이 다소 상이합니다. 영국의 주요 지방세 중 하나인 '카운슬 택스(Council Tax)'는 주거용 부동산에 부과되는 지방세로, 주택의 등급(Band)과 지역(Council)에 따라 연간 납부액이 결정됩니다. 이는 지역의 공공 서비스(경찰, 소방, 쓰레기 수거 등) 재원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주택을 매매할 때 부과되는 '인지세(Stamp Duty Land Tax, SDLT)'는 한국의 취득세와 유사한 개념으로,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특히 다주택자나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세율이 부과되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보입니다.
6.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 차이와 재정 정책
세금은 크게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세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처럼 납세 의무자와 실제 세금 부담자가 동일한 세금이고,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처럼 납세 의무자(사업자)와 실제 세금 부담자(소비자)가 다른 세금입니다. 한국은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받으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의 비중이 상당하여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 기조와 연결됩니다. 영국은 한국에 비해 간접세, 특히 부가가치세(VAT)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20%의 높은 표준 VAT 세율은 국가 전체 세수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는 소비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소득에 직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부담을 분산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은 각국의 재정 정책 기조와 사회 복지 수준을 반영하며, 간접세 비중이 높을수록 저소득층의 체감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논쟁도 존재합니다. 영국은 꾸준히 VAT를 통해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며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7. 사회보장성 기여금: 국민의 복지와 부담
세금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사회보장성 기여금 역시 실질적인 조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에서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일정 비율로 부담합니다. 특히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되며,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국의 경우,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NI)'이라는 사회보장성 기여금이 존재합니다. NI는 소득에 따라 일정 비율로 부과되며, 연금, 실업 수당, 의료 혜택 등 다양한 사회 복지 혜택과 연계됩니다. 근로자는 일정 소득(Primary Threshold)을 초과하는 임금에 대해 일정 비율(예: 12%)을 납부하며, 고용주도 별도로 기여금을 납부합니다. 이 외에도 소득세와 별도로 부과되는 다양한 형태의 기여금들이 존재하며, 이는 영국의 보편적인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재원이 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사회보장성 기여금은 개인의 실질 소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세금 비교 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8. 국제 조세 협정 및 이중과세 방지
한국과 영국은 모두 조세 조약을 맺고 있어, 양국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이중과세 문제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중과세는 한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이나 자산에 대해 두 국가에서 동시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영 조세 조약은 이러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 납부 세액 공제, 면제 등 다양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영국에서 소득을 벌어 영국에 세금을 납부했다면, 한국에 소득세를 신고할 때 영국에서 납부한 세금만큼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해외 투자나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조세 조약의 해석과 적용은 매우 복잡하므로, 양국에 소득이나 자산을 가진 경우 반드시 국제 조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이민을 계획하거나 은퇴 후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 양국의 세금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거주지 개념에 따라 세금 납부 의무가 달라질 수 있으며, 복잡한 국제 조세 규정을 간과할 경우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9. 세금 제도의 복잡성과 납세 편의성
한국의 세금 제도는 비교적 단순하고 전자 신고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납세 편의성이 높은 편입니다. 홈택스 등을 통해 대부분의 세금 신고 및 납부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연말정산 시스템도 비교적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국세청은 납세자 친화적인 세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의 세금 제도는 한국에 비해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편입니다. 소득세의 개인 공제, 다양한 세금 코드, 그리고 복잡한 공제 및 세액 공제 항목 때문에 많은 영국인들이 세금 보고를 위해 세무사(Accountant)의 도움을 받거나, HMRC(영국 국세청) 웹사이트의 복잡한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PAYE 시스템을 통해 근로 소득에 대한 세금은 고용주가 원천징수하므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별도의 연말정산 없이 자동적으로 세금 납부가 이루어져 편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나 복잡한 소득 구조를 가진 개인은 보다 전문적인 세금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세금 제도의 복잡성은 납세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특히 이민자들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국가 시스템의 반영
한국과 영국의 세금 제도를 비교해보면, 단순히 세율의 높고 낮음을 넘어 각 국가의 경제 철학, 사회복지 시스템, 그리고 국가 운영 방식이 세금 제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비교적 높은 상속세율과 소득세 누진율을 통해 부의 재분배와 사회 복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영국은 높은 부가가치세와 연령별 최저임금 제도를 통해 재정 건전성 확보와 고용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세금 제도의 차이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 기업의 투자 결정,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이민, 해외 취업, 또는 해외 투자를 고려하는 개인과 기업에게는 이러한 세금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성공적인 의사 결정에 필수적입니다. 세금은 단순히 납부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재정을 형성하고 사회의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간이 됩니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세금 제도가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자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분석이 독자 여러분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